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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 Analytics = Growth & Product Marketing

by 김한상 | 8월 24, 2022

번개장터는 직거래부터 택배거래까지 쉽고 안전하게 이용이 가능한 중고거래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2022년 1분기, 총 820억 원의 신규 투자를 확정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취향 거래 앱’ 번개장터는 리커머스 테크 플랫폼으로서 중고거래를 위한 혁신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요.

번개장터 GPM(Growth&Product Marketing)팀을 총괄하고 있는 김한상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의 커리어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분석도 할 줄 아는 마케터, 도대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마케터가 직접적인 분석까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시간과 노력은 배 이상이 들지만 얻을 수 있는 결과는 그 이상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예로 들면 보통은 Acquisition, Retained Customer와 같은 절대 고객수 지표를 보거나 CAC, ROAS와 같은 효율 지표에 포커스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예산에서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험을 통한 인사이트와 매체의 머신러닝, AI 로직을 활용하여 광고 최적화를 진행합니다.

만약에 여기서 분석을 할 줄 아는 마케터라면, 집행하고 있는 매체가 다른 매체의 고객을 잠식하는 것은 아닌지 Cannibalization 분석을 진행할 수 있으며, 집행하고 있는 매체에 Incrementality가 존재하는지 측정해볼 수 있고, 나아가 한정된 예산으로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코호트를 나눠 A/B test를 통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매체의 효과성을 매체에 의존하거나 누군가의 의견을 통해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서 검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Paid 채널로 유입된 고객이 Organic 채널로 유입된 고객과 몇 개월 후 퍼포먼스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 미리 점쳐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케터는 분석가입니다. 근데 이젠 SQL을 곁들인…

사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매일 분석을 합니다. 매체나 채널의 퍼포먼스를 체크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마케터라면 빼놓을 수 없는 루틴 업무니까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분석은 바로 ‘가설 검정’입니다. 마케터로서 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가설들을 수립합니다. 예를 들어 ‘캠페인 A로 들어온 고객의 효율이 좋은 이유는 왠지 30대 비중이 높거나 재구매고객 비중이 높아서 그럴 것 같은데’와 같은 것 말이죠.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러한 의문을 파악하는 것이 분석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인사이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이트의 합이 당연히 실력이 될 것이고요.

저는 내부에서 3rd party 분석 툴은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SQL 학습을 추천하는데요. 인하우스 마케터가 직접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캠페인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인풋 대비 아웃풋이 가장 좋은 것은 바로 SQL이기 때문입니다. SQL을 배운다면 위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은 궁금증들을 바로 해소할 수 있게 됩니다. 엑셀 함수도 좋고 통계이론도 좋고 파이썬도 좋지만, 당장 퍼포먼스의 질을 고민해야 하는 마케터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꺼낼 메인 무기가 되어줄 친구는 SQL이라고 생각합니다.
3rd party 툴은 회사마다 도입 여부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SQL은 기본적으로 규격화된 언어로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사용 가능하죠. 스타트업은 누구나 DB에 접근할 수 있는 self-service 시스템들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지 Data-access/driven이 가능합니다.

가보자고! 음 그런데 어떻게 학습해요?

(화남주의) 비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정답은 ‘정해진 왕도는 없다’입니다. 제 사례도 사실 하나의 샘플입니다. 저는 홈쇼핑사 인하우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이메일 마케팅 담당자로 홈쇼핑 상품 광고 이메일을 발송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좀 더 정교한 타겟팅으로 보다 나은 오픈율, 구매전환율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스스로 SQL을 공부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책 한 권을 사서 곁에 두고 개발자가 짜준 쿼리를 이리저리 뜯어보았습니다. 모르는 것은 개발자를 붙잡고 계속해서 질문했습니다. (하도 질문을 많이 해서 하루에 최대 질문 3회가 넘어가면 답장이 없기도 했죠.) 주변 CRM 팀원들에게도 소스를 받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이처럼 주변에 잘 하는 분이 있다면 커피 한잔을 사드리며 그 분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처음에는 가장 좋습니다.

사실 요즘은 데이터 학습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기에 자칫 잘못하면 정보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게 될 수도 있죠. DataCamp처럼 시스템을 갖춘 교육 기관도 좋습니다만,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짜여진 쿼리를 재조명하고 뜯어보며 본인 업무에 하나씩 적용해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러닝커브 기간이 길었습니다. 제대로 활용하는데 1년 반은 걸렸으니깐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계속 틈틈히 학습했습니다. 그렇게 기초체력을 쌓고 좀 더 찐하게 분석을 배우고 싶어 쿠팡 그로스 분석팀에 지원했고 Business Analyst로 커리어를 전환했습니다. SQL 테스트를 가까스로 통과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기초통계, BI툴과 조금씩 친해지기

직무를 옮기고 분석 역량을 쌓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파이썬이 아니라 BI 툴과 기초통계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당시 마케터와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 BA로서 직책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분석 역량 향상에 상당히 고군분투 했습니다. 주별로 각기 다른 Growth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검증 커미티가 있어 통계적 엄밀성을 갖춘 결과 측정도 중요한 요소였기에 이 모든 과정들을 팔로업해야 했습니다. 데이터 추출은 기본 자질이고 객단가 검증을 위한 T-test/윌콕슨 검정, 컨버전 검증을 위한 비율 검정과 같은 A/B testing 결과 평가,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와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했습니다.

분석의 끝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왜 분석을 시작했고 특이점은 어디서 발견했으며, 정말 성장이 이루어졌는지 등의 과정을 태블로로 구현하여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찾는 과정도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 태블로에 얹어 이리저리 돌려봤습니다. EDA 자체를 BI 툴로 진행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스타 광고에 자꾸 뜨는 Python은 도대체 언제 학습하나요?

만약 마케팅 이니셔티브를 기획, 진행, 평가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발 빠른 마케팅 업무에 방해가 된다면 파이썬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오히려 마케터로서의 역량 향상에 시간을 쏟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본인 필드의 전문적 도메인 지식, 가설 검정에 필요한 SQL, BI, 기초통계이론이 뒷받침된다면요. 대부분의 분석에서는 파이썬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신속하게 이니셔티브를 짜고 움직여야 하는 Growth marketing 상황에 파이썬 코드를 짜고 있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죠.

그럼에도 저는 아래와 같은 상황이 주어졌기에 파이썬을 배우고 사용했습니다.

  • 외부에서 데이터를 크롤링해야 하는 상황 (업무자동화 & 효율화)
  • Airflow를 활용한 SQL의 파이프라인 배치 제작
  • 엑셀 이상의 데이터 크기에 대한 A/B test 결과 분석 (T-test, ANOVA)
  •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머신러닝을 통한 비즈니스에 적용 (클러스터링을 통한 Segmentation, Feature Importance 추출, 예측 모델링, 추천시스템 제작)

우리의 커리어 Goal이 분석 자체의 품질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하는 Data Analyst나 Data Scientist가 아닌 이상 Growth Marketing을 위해서라면 SQL, BI툴, 기초통계이론 기반으로 신속, 정확한 분석 기반의 빠른 액션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분석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업에 대한 Domain Knowledge 축적입니다. 노련한 마케터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실전을 많이 겪어 쌓인 값진 경험들이 남들과는 차별화된 최고의 자산이자 역량인 것을요. 분석을 할 줄 아는 마케터는 들어봤어도 마케팅을 할 줄 아는 분석가는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이제는 실전 Growth hacking!

번개장터 Growth & Product Marketing 팀의 업무는 내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유저 획득과 유지, 매출 창출, 프로덕트 개선을 위한 분석과 실험 등 매우 광범위하고 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LTV, GMV, Retention 같은 전사 주요 지표를 관리하고 이를 증대하기 위한 실제적인 캠페인 수립, A/B test 실행도 담당하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주제로 분석을 진행하고 지표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GPM팀에서 진행했던 그로스 분석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찾아보자 ‘Aha moment’>
메타(구 페이스북) Growth 팀은 페이스북을 처음 접하고 10일 안에 7명 이상의 친구를 맺으면, 그 사용자는 페이스북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사한 예로 트위터는 30명의 유저를 팔로우하는 것, 슬랙은 팀에서 2,000개의 메시지를 보낸 순간이 있습니다. 고객이 제품/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순간, 그것을 ‘아하 모먼트’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아하 모먼트를 발견하고 달성하는 길에는 왕도가 없기에 각 플랫폼에 맞는 성공 방정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하 모먼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찾아낼까요? 대표적으로 ‘Retention is the king of the growth.’라는 말이 있듯이 리텐션을 핵심 지표로 두고 분석을 통해 찾아냅니다.

  • Step 1: 방문리텐션 기준점 찾기
    • 각 플랫폼에서 추구하는 North Star가 무엇인지에 따라 지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측정이 쉽고 넓은 모수 커버리지를 가지는 방문리텐션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수고객이든 신규고객이든 방문은 무조건해야 하니깐요.
    • 플랫폼의 평균 방문 빈도를 참고도 하고 x축의 기간을 바꿔가며 적절한 Period(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를 찾습니다.
    • 즉, 우리 플랫폼은 리텐션 주기가 일별인지, 분기별인지 EDA를 통해 살펴봐야 합니다. 리텐션 그래프를 그려 엘보우 바로 라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직관적입니다.
  • Step 2: 가설 브레인스톰
    • 리텐션이 긴 고객과 이탈한 고객의 차이를 구분해 줄 Action point를 찾습니다.
      (팀원들끼리 총 20~30개를 브레인스톰한 다음에 실제로 검증해볼 5가지를 추려보세요.)
    • GPM팀도 화이트보드에 하나씩 적어가며, ‘적어도 카테고리 N개 이상 거래한 고객’, ‘적어도 좋아요를 N개 이상 누른 고객’과 같은 리스트업을 진행했습니다.
  • Step 3: 모두의 동의를 얻어 추려진 약 3~5가지 지표로 가설 검증
    • 신규가입 유저를 기반으로 특정 지표를 달성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눠서 리텐션을 살펴봅니다. 아래 4가지 숫자를 기반으로 최종 지표 1개를 선택합니다.
      • 해당 가설을 경험한 고객의 모수 (달성 난이도)
      • 가설을 경험한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간 리텐션 갭 (영향력)
      • 가입 후 며칠 내에 지표를 달성해야 하는가? (언제 아하 모먼트를 경험해야?)
      • 해당 가설을 경험한 적절한 횟수는? (N회 찾기)
  • Step 4: ‘재방문 모수’ 중 우리가 선정한 ‘아하 모먼트 지표를 경험한 고객’의 숫자를 다시 한번 리뷰

    • 적어도 100명의 친구를 등록한 고객은 재방문율이 엄청 높을 텐데 이러한 경험을 한 실제 모수는 극히 적을 것입니다.
    • 반대로 적어도 1명 이상의 친구를 등록한 고객은 대다수일 텐데 재방문율이 너무 낮을 것입니다.
  • Step 5 : Causality를 찾기위해 A/B test를 진행
    • 분석은 바로 실행을 위한 것! 실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지 증명하기 위해 아하 모먼트를 달성하기 위한 Product/marketing A/B testing을 수행하고 실제 방문리텐션이 증가하는지 검증합니다.
    • 저희는 실제로 아하모먼트 분석 기반으로 ‘웰컴PKG’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A/B testing 중에 있습니다. 업리프트 가속화를 위한 고도화를 추가 설계중입니다.

올림픽 선수들은 단 한 차례의 경기를 위해 수년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훈련을 꾸준히 합니다. 흔히 말하는 J커브 성장이라는 것도 며칠·몇 주 만에 나오는 것이 아닌, 매일 치열하고 치밀하게 고민하고 연구 및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나아가 실제 일련의 실험을 통한 누적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Growth Fly Wheel(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업계 동료분들을 항상 응원합니다!